요즘 나는 나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25년 넘게 함께 살아온 남편이 왜 저렇게 말하는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전엔 그냥 넘겼던 일들이 이제는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괜히 서운하고, 괜히 민감해진다. 그러다 또 미안해진다.
감정의 파도는 조용한 날도 없이 밀려온다. 어느 날은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또 어떤 날은 나 자신이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그냥 나 혼자 있고 싶다”, “어디든 떠나고 싶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나만을 위해 살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혹시, 나만 이런 걸까? 아니, 어쩌면 이것이 ‘갱년기’라는 시간의 얼굴일지도 모르겠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마음은 더 예민해지고, 그동안 ‘엄마’, ‘아내’, ‘딸’, ‘직장인’이라는 이름으로 꽉 채워져 있던 내 삶이, 이제는 그 어느 역할에도 딱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진다. 그 모든 역할 뒤에 숨겨졌던 ‘나’라는 사람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그동안은 당연히 참고, 당연히 양보하고, 당연히 맞춰왔는데…
이제는 **“나도 좀 이해받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간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내가 옳지 않다는 걸 안다.
남편도 나름의 방식으로 애쓰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요즘은 내 마음 하나 조절하는 것도 버거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 나처럼 혼란스럽고 복잡한 감정 속에서 길을 잃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어서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고.
당신의 감정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소중한 인생의 한 순간이라고.
그리고 언젠가는 이 시기마저도 고요한 강물처럼 지나가리라고.
우리는 지금, 인생의 두 번째 봄을 준비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조금 더 나를 사랑하고,
조금 덜 미안해하며,
조금은 자유롭게 살아도 괜찮은 그 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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