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다큐멘터리 영화 "Will and Harper" 를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됬습니다. 그 내용을 적어볼까 합니다.
내 인생을 뒤바꿔놓을 수도 있는 일이 나한테 발생했을때, 우정은 그래도 변함없을까요? 다큐멘터리 영화 "Will and Harper"*는 나로 하여금 이 질문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여정을 영화를 보는 내내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배우 Will Ferrell이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 서툴게 발표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의 긴장한듯 어색한 태도는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솔직히 말해 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원래 Will Ferrell 을 그닥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초반부에서 영화는 윌과 하퍼가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소개합니다. 두 사람은 미국 전역을 17일간 여행하는 로드 트립을 떠나는데, 이 여정은 단순한 여행 그 이상입니다. 그들은 우정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어가고 있었죠. 하퍼 스틸은 윌과 함께 *SNL(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10년 이상 일한 작가로, 최근 자신이 트랜스젠더 여성임을 밝혔습니다. 이 여행은 세상은 물론,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자신을 다시 소개하는 시간이 됩니다.
저를 가장 감명 깊게 만든 것은 그들의 솔직하고 배려 깊은 대화였습니다. 서로를 판단하거나 가정하지 않고, 진심 어린 호기심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AI가 사람을 대신하고,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된 요즘, 이렇게 진솔한 친구와의 마주보며하는 대화를 보는 것은 신선하면서도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일리노이주에서 또 다른 트랜스젠더를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만남을 통해 트랜스젠더로서의 여정을 시작할 때 많은 이들이 느끼는 혼란과 두려움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었죠. 다큐멘터리에서 마음에 깊이 와닿은 한 마디가 있습니다. 여자로 성전환이 된 이후 여전히 변하지 않은 남자 목소리때문에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그 다른 트랜스젠더는 말합니다. 목소리 테라피를 받으러 갔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내가 이걸 나를 위해 하는 걸까, 아니면 사회를 위해 하는 걸까? 아니…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사람을 위해 하고 있어… 이건 나의 목소리야.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트랜지션 과정의 많은 부분은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거라는걸." 이 질문 - "나는 지금 이것을 과연 나를 위해 하는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걸까?"—은 트랜스젠더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 나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그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고민해 봤을 법한 보편적인 화두가 아닐까요?


또 하나의 강렬한 장면은 대체적으로 남성 중심의 공간인 자동차 경주장에서 펼쳐집니다. 하퍼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난 사실 이 사람들이 두려운 게 아니야. 나 자신을 싫어하는게 두려워. 이런 생각이 들어. ' 이별종아 여기서 뭐하고 있냐? 그러다보면 내 내면 깊숙이 '넌 여기 속하지 않아'라는 목소리가 들려." 하퍼의 이런 아픔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윌의 모습은 너무나도 뭉클했습니다. 누군가가 우리의 가장 숨겨진 고통을 진심으로 공감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상기시켜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영화 전반에서 우리는 트랜스젠더를 향한 사회의 시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화, 댓글, 트윗,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까지—이 모든 것이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윌 & 하퍼"*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진솔함입니다. 영화는 젠더 정체성과 사회적 인식을 둘러싼 어려운 주제를 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 영화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웃음과 눈물,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진정한 우정이란 인생의 가장 큰 변화 속에서도 함께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저에게 특히 인상 깊었던 또 다른 하나는 그들이 여행 중 항상 들고 다닌 접이식 의자였습니다. 잠시 멈추고 싶을 때마다 그들은 그 접이식 의자를 펴고 앉아 저 멀리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단순한 행위는 삶의 여정 속에서 잠시 멈춰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저 또한 인생이 어디로 흐르든지 멈추고 숨을 고르는 순간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장면에 딱 어울리는 음악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각 장면의 감정을 섬세하게 살려내며 두 사람의 여정을 더욱 친밀하고 생생하게 만들어 줍니다.
여정의 끝에서 윌은 하퍼에게 진심 어린 선물을 건넵니다. 이들의 이야기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는 장면이죠. 무엇을 선물했는지 궁금하다면 직접 확인해 보세요. 끝까지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 얼굴에서는 따뜻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스며드는 감정의 여운, 서로를 깊이 이해해 가는 두 친구의 유대, 그리고 함께하는 여정의 아름다움 때문이었을까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묘한 온기가 제 마음을 감쌌습니다. 이 영화를 본다면 여러분도 분명 그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로튼 토마토에서 99%의 높은 점수를 받으며 진정성을 인정받은 *"윌 & 하퍼"*는 단순한 로드 트립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이는 정체성과 자기 수용, 그리고 변화를 함께 견디는 우정의 힘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웃고, 울고, 인간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찾고 있다면,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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