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전 <재난, 그 이후> 라는 실화 바탕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지난 2005년 여름에 미국 남부를 물바다로 만들면서 많은 희생자를 낳은 태풍 카트리나, 그로인해 병원에 고립된 의료진과 환자들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후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냉정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 과정에서 도덕적 가치를 지키려는 소수의 갈등, 더불어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생생한 재난 장면들, 그러면서도 이 과정들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보여주지 않는 내용의 전개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대로 몰입하게 만들었고, 드라마를 다 보고나서는 꽤나 묵직한 질문들을 하게 되었다.
재난이나 위기가 발생했을때 우리는 빠른 대응과 최대한의 이익을 목표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과연 실제 재난 상황에서 우리는 얼마나 인간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생존이라는 절박한 목표 앞에서 도덕적 가치라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현실로 이어졌다. 요즘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정책과 일론 머스크의 대규모 해고 조치는 이런 딜레마를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 정부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추방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자국민의 일자리 보호라는 명목에서 보면, 그 결정이 냉철하고 효율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이 강제로 분리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고통은 쉽게 간과된다. 당장은 체류 인구를 줄이고 행정 부담을 덜 수 있겠지만, 이런 정책이 미국이 오랜 시간 지켜온 인도적 가치와 국제적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일론 머스크의 행보도 비슷한 고민을 던진다. 기업의 수익성과 혁신을 위해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모습은 효율성의 극대화를 상징하는 듯하다.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대규모 해고를 단행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보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해고된 직원들의 생계는 어떻게 될까? 남아 있는 직원들은 언제 자신이 다음 차례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얼마나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냉혹한 경영 방식은 결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결국 중요한 건 균형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빠르고 결단력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적 책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정책이나 기업의 결정이 특정 집단에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고, 기본적인 인권과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최소한의 선은 유지해야 한다. 또한, 중요한 결정의 과정과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할 경우 책임을 지는 태도 역시 신뢰를 쌓는 데 필수적이다.
재난 상황이나 위기 속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도덕성과 인간적 가치를 희생한다면,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낳게 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와 일론 머스크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효율적이어야 하며, 그 효율성의 대가로 무엇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내가 최근에 본 드라마가 아닌,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이 현실세계에서 나는 아니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균형 잡힌 답을 찾을수 있을까?